순상 합하가 계시는 곳에 급함을 알리는 보고 [巡相閤下行所告急文狀]
저희들이 성에 들어가 옛 관찰사에게 원통함을 씻고자 하여, 새로운 사또께 억울함을 호소해서 조정에 아뢰어 지극히 원통하고 통분한 일을 펴주기를 바랐습니다. 초토사가 와서 효유하는 글자가 하나도 없이 모든 일을 죽이고 치는 것을 일삼아서, 대포를 어지러이 쏘아대고 나서, 곧바로 성안을 향하였습니다. 소중한 양전(兩殿)이 여러 차례 큰 탄환에 맞아서 파괴되었으며, 성 내외의 인가가 모두 불에 타고, 무고한 백성들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괴는 예나 지금이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만일 금일에 양전이 파괴되고, 인가가 불에 탈것을 알았다면, 저희가 성에 들어가 뒤늦게 후회하여 통곡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왕명을 받들어 위무하는 임무를 맡고서 처음부터 효유하지 않고 양전에 대포을 쏘았으니, 도대체 어떤 생각입니까? 불을 놓고 백성을 죽이니 그 뜻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순상 합하께서는 임금의 덕을 널리 펴시고 백성을 즐겁게 하는 것을 어찌 조금이라도 머물러 지체되게 하겠습니까? 저희들은 비록 죽을 지경에 있더라도 원컨대 덕화가 가득해지길 바랍니다. 빨리 성으로 들어가셔서 만민들을 맞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본영에 모인 여러 유생들이 삼가 인사를 하고 글을 올립니다.
순변사 이원회(李元會), 염찰사 엄세영(嚴世永), 시위봉심사 김종한(金宗漢)
5월 5일 관문과 감결을 베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