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돌아가는 편에 의춘(宜春)태수 이정재(李鼎宰)에게 답장을 한다 [答宜春太守李鼎宰 十二月二十六日 回便]
세모(歲暮)에 눈이 쌓이니 그리움이 지극합니다. 주신 편지를 받으니 고맙고 위로됨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요즘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의 형편이 좋고, 관아의 모든 일이 두루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로 멀리서 있는 저의 바램에 부합됩니다. 그러나 흉년의 일이 괴로움을 주어 오히려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노쇠함을 떨쳐 내기 어려운데다 감기와 기침이 더하여 날마다 괴로워하니 매우 가련합니다. 집 아이는 동소(東騷)를 겪은 뒤에 눈 뜰 사이가 없다가 10월에 한양에 가서 아직도 관아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폐한 판국에 용무(氄務, 자질구레한 일)는 갈수록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3종류의 물건을 보내주었는데 어찌 이처럼 늘 많이 주십니까? 병든 저의 위(胃)가 살아나고, 진안(塵案, 먼지낀 안석)은 빛이 납니다. 물건마다 고마우나 사례할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