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山淸) 사또 조병길(趙秉吉)에게 편지를 한다 [書山淸趙使君秉吉]
눈이 쌓이고 추운 집에서 더욱 그립습니다. 몹시 추운 때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이 계속 좋으시고, 관아의 모든 일이 두루 편안한지 그립습니다. 저는 요사이 감기와 기침으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스스로 가련합니다. 다만 집안에 별고가 없어 다행스럽습니다. 집 아이는 지난번에 한양에 갔다가 아직 관아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매우 어려운 판국에 오랫동안 관아의 일을 보지 않아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내년 봄에 집을 지어 이사하려고 하는데, 그 터는 관아 뒤편에 정했습니다. 이 곳은 바로 형집의 땅입니다. 빌려주시어 이웃이 되기를 바라며, 이것으로 형의 덕이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