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아전 안승렬(安升烈)이 올라가는 편으로 보은에 보낸다 [ 寄報恩 十一月初七日 安吏升烈上去便]
눈 내리는 추운 집에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하다. 지난 달 26일 한현보(韓賢甫)편에 보낸 편지는 이 달 2일에 받아보고 아직까지 위로가 된다. 차가운 벽과 냉구들 방을 어떻게 견디고, 주가(主家)는 편안하며, 네 누이동생은 그 사이에 해산을 했는지 근심이 적지 않다. 원지(元芝)가 풀려났다니 매우 기쁘다. 도모하는 일은 언제 끝이 나는가? 병조판서 팔의 종기가 지금은 쾌차했고, 그 사이에 몇 번이나 가서 뵈었느냐? 보은은 오랫동안 관아가 비어서 좋지 않아 아전들의 거행은 전혀 말발이 서지 않았고, 작부(作夫)는 아직 정리하지 못하였다. 전정(錢政, 돈관리)이 매우 어려운 중에 세의발기(歲儀發記, 연말의 선물목록)가 내려왔는데, 책방(冊房)의 분부를 하나도 들어서 실행하지 않았다. 충길(忠吉)도 위세가 없었기 때문에 일전에 돈수(敦守)를 보내게 하였다. 모양을 가리지 않고 우선 주선하여 20일안에 물건을 싸서 봉(封)하여 보내어서 창피(昌皮)한 뜻이 없도록 분부할 것이다.
그러나 물품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씨를 제거한 대추이기 때문에 일전에 이상필(李商弼)과 이남선(李南善) 2명의 아전에게 패지(牌旨)를 하였다. 지금 돈수의 고목(告目)을 보니, 그가 맡은 일은 아니지만 분부가 이처럼 정중하여 함께 힘을 합쳐 물건을 싸서 봉(封)했다고 한다. 말출(末出)이 갔다가 돌아왔는데, 서백(西伯, 평안감사)의 대답은 어떠한가? 만약 여의치 않으면 일찍 돌아오는 것만 못하니 잘 헤아려서 하라. 이 아비는 여전하고, 집안에 변고가 없어 다행스럽다. 13일은 갓난아기의 100일이다. 할아비의 도리상 한번 가지 않을 수 없고, 일상 정리(情理)에 안아보고 싶기 때문에 하루 전에 가보려고 한다. 경흠(景欽)을 괴산(槐山)에 보내어 새집을 짓는 날짜를 물어보았더니, 내년 봄 2월 7일 인시(寅時, 오전 3시~5시)에 상량(上樑)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해가 지난 뒤에 조오위장(趙五衛將)을 모셔 와서 상세히 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