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에 용금(龍金)의 가마꾼이 돌아가는 편에 아들에게 답장을 한다 [答阿子 三月八日 龍金轎夫回便]
어제 편지가 지금까지 위로가 되고 기쁘다. 밤사이에 정무(政務)를 살피는 형편은 더욱 좋고, 이속(吏屬)들도 모두 잘 있는지 매우 걱정스럽다. 이 아비와 네 어머니는 여전하다. 네 댁은 향사군자탕(香砂君子湯) 3첩을 연달아 복용한 뒤에 제법 병세가 덜해져서 매우 기쁘다. 그리고 쑥찜을 계속 시술(試術)하였다. 선교(仙橋) 이의원은 다만 그 상태를 보아 불러올 계획이다. 제천참(堤川站)의 일은 탈 없이 잘 지나갔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이 읍을 비롯해서 1되의 곡식도 나오지 않는 곳이 이미 여러 장시(場市)이고, 인심이 흉흉하여 매우 염려스럽다. 보리는 파종시기를 놓쳐 싹이 나지 않아 실제로 작은 근심이 아니다.
용금(龍金)은 잘 도착했고, 병세가 가볍지 않아 이것도 치료하기가 어렵다. 만약 구제하지 못한다면 매우 가련하다. 내아(內衙, 관아의 안채)에 믿을만한 여종이 없으니 근심스럽다. 최흥기(崔興基)를 바로 기송(起送)하라. 일전에 한양 소식을 들었는데, 동학인(東學人)이 왜(倭)와 양이(洋夷)를 배척한다는 얘기가 대단하여 인심이 흉흉하고 반드시 좋지 않은 광경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을 장차 어찌 하겠는가? 또한 해적(海賊)이 크게 날뛰어 무장(茂長)의 세미(稅米) 350석(石)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로(水路)도 통행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