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수문장 김기홍의 상소문[二一七 守門將金箕泓上疏][9월 초3일]
삼가 아룁니다. 신은 한낱 활을 쏘고 말을 타는 무관일 뿐입니다. 정령(政令)과 정책에 있어서 실로 감히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임금이 욕을 당하여 신하가 죽어야 할 때에 또한 어찌 차마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신은 6월 초에 호남의 어버이에게 문후하였다가 이 흉악한 변고를 듣고 격발된 울분이 빌미가 되어 산중에 병이 들어 누워있습니다. 일전에 성(城)에 들어가 사간(司諫) 김영선(金榮善)의 상소문 원고를 얻어 보니, 그 절절한 속마음이 충의에 격동됨을 알겠지만 미진한 점이 있었습니다. 신이 청컨대 만 번 죽더라도 이를 무릅쓰고 하나하나 아뢰겠습니다.
삼가 아뢰건대, 전하께서는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갑신년 사흉(四凶)의 변고를 어찌 차마 말하겠습니까? 아, 저 박영효는 바다를 건너 목숨을 부지하였는데 역모의 죄를 따지면 흉악하고 또 참혹합니다. 금년의 난리에도 8명의 간사한 인물들이 있는데, 박영효와 부화뇌동하며 은밀히 몰래 왜구를 불러들여 난리를 일으켜 전에 없던 변고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8명 간사한 인물은 바로 안경수(安駉壽)·김가진(金嘉鎭)·김홍집(金弘集)·권형진(權瀅鎭)·김윤식(金允植)·김종한(金宗漢)·박정양(朴定陽)·조희연(趙羲淵)입니다. 모두 배와 등이 하나로 붙여 있는 자들로, 기어이 나라를 팔아먹고자 하는 내용을 이루고자 하는 이 변란을 일으켰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습니까?
개화에 대해 말하면, 왜인을 불러 대궐을 침입하고 성상을 깊숙한 곳에 가두고 궁중의 재화를 다 취하고 각 군영의 군수품을 강제로 탈취하였으니 나라를 팔아먹는 역모가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개화를 도모하는 것을 ‘자주(自主)’라는 변명으로 삼고 ‘큰 대(大)자’를 하나 더하여 제일 약조로 삼았으니, 바로 나라의 형세를 고립시키려는 계책입니다. 정부 호칭과 관직명을 기묘한 신법으로 만들고, 관리와 이서(吏胥)들을 축출하니, 이는 바로 오랑캐의 습속이요, 선대의 성왕에서 유래한 규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저 간사한 무리들이 왜국을 끼고 흉악한 짓을 하여 우리 열성조의 법도를 폐기시키고 저 왜구의 끝없는 욕심을 충족시키려는 것입니다. 저 간사한 무리들이 진실로 임금을 무시하고 나라를 팔아먹는 계획이 없었다면 군대를 거느리는 직위와 높은 관직을 어찌 이처럼 쉽게 이룰 수 있단 말입니까?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굽어 살펴주소서.
아, 저 왜구는 본래 남쪽 오랑캐로서 의리를 전혀 모르고 갑신년의 사흉을 다 받아들였습니다. 마침내 8명 간사한 사람들의 흉악한 계책을 들어주어 또 이 변고를 일으켰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시어 저 왜구를 토벌하여 임금을 무시한 박영효를 속히 죽이시고 나라를 팔아먹은 간사한 자를 속히 참수(斬首)하심으로써 조선 8도가 거꾸로 매달려 있듯이 위급한 상황을 풀고, 신과 사람이 함께 분노하는 수치를 씻으소서. 신은 매우 어리석고 학문이라곤 전혀 알지 못하지만, 지금 국가가 위급한 상황을 보니 울분을 견디지 못하고 감히 제 지위에서 벗어난 상소문을 진달하였습니다. 신이 비록 주벌을 받아 죽더라도 만일 신의 말이 채택된다면 국가에 매우 다행이고 천하에 매우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