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일본공사 오토리 게이스케의 주문[二○七 倭使大鳥圭介奏文]
일본 사신 오토리 게이스케는 삼가 아룁니다. 공경히 생각해 보니, 대군주 폐하의 성스러운 덕이 날로 높아지고, 수많은 백성들이 아름다운 교화에 감화되고 성대한 다스림이 더욱 융성하고 천하에서 칭송하고 있으니 흠모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요즈음 남도(南道) 백성들이 어리석게도 교화에 순종하지 않고 감히 해당 관리에 맞서 한때 날뛰었습니다. 이에 조정에서 정규군을 출동시켜 잘못을 크게 바로잡고 정벌하였습니다만, 이들을 없애는 것이 아침밥 먹듯이 쉽지 않음을 다시 염려하여 마침내 이웃 나라에 도움을 빌리는 조치를 시행하셨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일의 형세가 분명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마침내 대황제 폐하의 유지(諭旨)를 받드니, 사신인 저에게 군사를 거느리고 대궐 아래로 돌아가 공사관과 상민들을 스스로 보호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아울러 귀국의 운명에 관계되는 것을 생각하여 만약 조선에서 요청하는 바가 있으면 또한 한쪽 팔이 되어 서로 도와서 교린(交隣)의 우의(友誼)를 삼는다고 하셨습니다.
사신의 직함을 지니고 서울에 도착했을 때 전주성도 회복했고 나머지 패거리들도 도망쳐 물러갔으며 이에 군사를 돌려 차츰 회복하고, 수습도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돌아보건대, 우리 일본과 귀국은 동양 한쪽에 함께 위치해 있으며 국토가 매우 가까워서 실로 잇몸, 입술과 치아처럼 서로 돕고 뿐만이 아닙니다. 더구나 강화를 맺어 화목을 닦으며 사신의 예물이 서로 왕래하는 것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음을 역사서를 상고하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 나라들의 대세를 볼 때 정치, 교화, 법을 마련하고, 재정을 관리하며, 농사를 권하고, 상업을 장려하는 등 국가를 부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 장점을 모두 드러내며 능력을 집중시켜 기약한 것은 세계를 초월해 보려고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진 법에만 굳이 매달려 임시변통하여 적절히 조치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안목을 넓히고 세력을 다투어 자주(自主)를 확립하지 않는다면 어찌 천하의 여러 나라들이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서 맞서서 자립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우리 조정은 또 저에게 귀국 조정의 대신들과 함께 모여 이 방법을 검토하고 귀국의 정부에 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부강해지기 위한 내실있는 정치를 힘써 펼친다면 국가적 운명을 함께 하는 양국의 우의가 이에 서로 밀접히 돕고 의지하는 국면을 시종토록 유지하고 보전하여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판리교섭대신과 전임 대신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여 저와 함께 모이도록 지시를 내리시어, 이러한 말을 모두 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이웃나라와 돈독히 지내려는 지극한 뜻을 저버리지 않게 한다면 대세를 위하여 다행스럽겠습니다. 사신 게이스케는 우러러 바라마지 않으며 지극히 황송한 마음으로 폐하의 큰 복이 끝없기를 빌며 삼가 아룁니다.
메이지 27년(1894) 6월 17일
최익현(崔益鉉)을 공조판서로 삼고, 안효제와 권봉희를 옥당(玉堂)에 제수하였고 장병익이 일찍이 시폐(時弊)를 논하는 상소를 하였다해서 여러 관원이 회의하여 안효제와 권봉희와 함께 벼슬을 주자고 했다. 이에 대원군이 말하기를, “장병익의 상소는 남을 본뜬 것이다”라고 하여 허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