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무장 동학도 포고문[二○六 茂長東徒布告文]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군신과 부자는 인륜의 큰 것이다. 임금이 어질고 신하가 정직하며 아비가 인자하고 자식이 효도한 뒤에야 가정과 나라를 이루어 끝없는 복을 가져올 수가 있다. 지금 우리 임금께서는 인효(仁孝)하고 자애(慈愛)하시고 신명(神明)하고 성예(聖睿)하시니, 현량하고 정직한 신하가 있어 잘 도와서 다스리게 한다면 요·순(堯舜)의 교화와 문왕(文王) 무왕(武王)의 치적을 틀림없이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신하된 자들이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녹위(祿位)만 도둑질하며,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아부를 일삼으면서 충간(忠諫)하는 선비를 요망한 말을 한다고 이르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라고 한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나라를 돕는 인재가 없고, 바깥으로는 백성을 학대하는 벼슬아치가 많다. 인민의 이목이 나날이 변하며, 들어와서는 삶을 즐길 생업이 없고 나와서는 몸뚱이를 보존할 계책이 없도다. 학정(虐政)이 날로 심해지고 원성이 연이어져 군신의 의리와 부자의 윤기와 상하의 구분이 드디어 무너져 남김이 없도다.
관자(管子)가 이르기를 “사유(四維)가 펴지 못하면 나라가 곧 멸망한다”라고 하였다. 방금 형세가 예전보다 훨씬 심한 상황이다. 공경(公卿) 아래로 방백, 수령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위기를 생각지 않고 한갓 자신의 몸을 살찌우고 집을 윤택하게 하는 꾀에만 빠져 있으며, 사람을 선발하여 벼슬을 내리는 문을 돈을 쌓는 길로 만들고, 과거 시험장을 깡그리 교역하는 장터로 바꾸어 놓았도다. 수많은 재물은 왕고(王庫)에 들이지 않고, 도리어 사적인 창고에 채워서 나라에서 쌓인 빚이 있는데도 채우거나 갚으려 생각지도 않는다. 교만하고 사치스럽고 음탕하고 안일에 빠져 두렵거나 꺼리는 바가 없어서 8도가 어육이 되고 만백성이 도탄에 빠졌도다. 수령과 방백의 탐욕과 학정이 참으로 이유가 있도다. 어찌 백성들이 곤궁치 않으리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깎이면 나라가 잔약해진다. 보국안민의 방책을 생각지 않고, 바깥으로 고향 저택만을 꾸미고 오직 혼자 온전할 방법에만 힘쓰면서 봉록과 지위만을 도둑질하니 어찌 다스려지리오.
우리들이 비록 초야의 유민(遺民)이나 임금의 흙을 갈아먹고 살고, 임금의 옷을 입으니, 국가의 위망을 좌시할 수가 없도다. 8도 전국이 마음을 같이하고 억조창생이 의리에 순절(殉節)하여 지금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 생사의 맹세를 삼는다. 오늘날의 상황이 비록 놀랄 만하겠으나, 결코 두려워 말고 각자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고 함께 태평의 세월을 즐기고 임금의 덕화를 기린다면 천만다행이겠노라.
홍종우(洪鍾宇)가 갑신정변의 역적 김옥균을 상해(上海)에 쫓아가 붙잡아서 육혈포(六穴砲)로 사살하였다. 박영효 등의 무리는 체포에 실패하였다. 김옥균의 시신은 소금에 절여 매고 와서 형구(形具)를 채워 참수하였으며, 홍영식(洪英植)은 다시 부관참시를 당하였다. 어탑(御榻)에 뱀이 나타난 변고와 금원(禁苑)에 여우가 우는 것은 매우 괴이한 일이다.
회시(會試)를 보기 전에 특별히 갑술생을 위한 응제시(應製試)를 설행하였다. 급제 3인, 진사 7인은 모과(某科)를 막론하고 갑술생으로 합격한 자를 모두 호적을 상고하지 않고 모두 갑술년이라고 하였는데, 혹은 푸른 수염이 있는 갑술생이 있고 더벅머리 갑술생이 있으니, 이것이 왕도(王道)가 공평정대하다는 것을 두고 한 말인가.
세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회에 쓴 대전(大殿)의 시(詩)
學隨年進又新新 학문이 나이 따라 진보하여 새롭고 또 새로워지니
方至如川茀祿申 크나큰 복이 강물마냥 흘러들고 또 흘러들어라
同我君臣嘉會意 나의 신하들과 함께 아름다운 연회 베푸는 뜻은
三旬肇啓慶弧辰 스물한 살이 된 생일을 축하함이로다
동궁시(東宮詩)
龍樓賜宴荷恩新 용루(세자궁)에 하사한 연회로 받는 은혜가 새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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簪笏盈庭均飽德 뜰에 가득 차 있는 관원들 모두 덕에 배가 부르고
方春和氣樂今辰 봄날의 화창한 기운으로 오늘을 즐기리라
감시·회시의 합격자 발표에 총 정원이 1천 5백여 명인데 원래 정원에서 2백여 명을 더 취하였다. 춘·계방의 자·서·제·질 및 갑술생 등에게 직부(直赴)하라는 성은이 내렸는데 모두 1천 5백여 명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