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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203. 전 정언 안효제가 올린 상소문 초고[二○三 前正言安孝濟疏草][갑신년 의복제도가 변경될 때 상소문을 올려 강력히 중지하도록 간언하고 시골로 돌아와 독서하였다.]

신은 삼가 생각하건대, 시골의 미천한 출신으로 분수에 넘치게 과거에 급제하고 대각(臺閣, 언관)에 출입하였고, 여러 차례 임금의 특별한 은혜를 입어 가슴이 벅차게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니, 슬픈 감정이 간절하게 몰려옵니다. 만일 임금의 총명에 보탬이 되고 다스리고 교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비록 죽음을 당해 간과 뇌를 땅에 바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신은 번거롭게 아뢰는 죄벌을 피하지 않고 감히 외람되이 도리를 모르는 의견을 올리오니, 삼가 바라건대 자세하게 살펴주십시오.
신이 삼가 듣기에 옛날 선조(宣祖) 때 일어난 임진왜란 이후에 명나라 장수가 관왕(關王, 관우)의 신령이 나타나서 몰래 도와준 일이 있다고 하여 비로소 한양의 동쪽과 남쪽에 두 개의 관왕묘(關王廟)를 지었다고 합니다. 대개 관왕의 곧고 충성스러운 절개는 해와 별과 같이 빛나고 가을 서리처럼 늠름하며 뜻이 커서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땅을 활짝 트고 운한(雲漢, 은하)을 엷게 하여 만고의 세월이 지나도 백세(百世)토록 바뀌지 않는다고 하니, 오직 사람마다 그를 존숭하여 받들고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열성조께서는 봄과 가을에 공경히 향을 피워 축문을 올리고 해마다 제사를 드리고 중사(中祀)의 규례에 기록하였으니, 실로 숭상하고 표창하는 아름다운 의리이지 오로지 제사를 지내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빌기 위해서만 베푸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전하께서 북관왕묘(北關王廟)를 증설하신 것도 모두 열성조의 성대한 뜻을 본받은 것입니다. 어찌 하여 최근에는 거짓되고 경박한 풍속을 숭배하고, 무당에게 굿을 하는 것이 풍속을 이루어 집집마다 당당히 제향을 드리는 곳에 각종 총사(叢祠)와 성황당을 지어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기도하는 지경이 되었습니까? 남녀가 앞을 다투어 달려가고 이를 따르는 습속에 익숙해졌으며 김이 오르고 기름을 부은 것과 같은 기운이 한 나라에 퍼졌고, 요망하고 재앙을 가져오는 물건이 만 가지 터무니없는 말로 사람을 속이고 있습니다.
요사이 일종의 괴이한 귀신이 몰래 여우같은 생각을 품고 성제(聖帝)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 북관왕묘의 주인이 되어 요사스럽고 황당하며 허망한 말로써 중앙과 지방의 사람들을 속이고 스스로 귀신의 빙의로 영령이 강림하였다고 말하였으며, 함부로 ‘군(君)’이라는 칭호를 부르며 감히 임금의 총애를 빙자하여 농간하고 사악함을 거리낌이 없이 멋대로 부립니다. 또한 잇속 늘이기를 즐기며 염치가 없는 사대부들을 널리 끌어들여서 아우라고 아들이라고 말하면서 서로 선동하고 보호해 주며 헤아릴 수 없이 현란하게 위엄과 생색을 내고 권세를 부려 왕왕 수령이나 감사들도 많은 경우 그의 손에서 나옵니다. 심지어 노예와 천인과 귀신같은 무뢰배도 규합하고 결속하여 지극히 존엄한 곳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아! 신령들을 더럽히고 종묘에 썩은 냄새가 나도록 더럽히니, 어느 것이 이보다 심하다고 하겠습니까? 이것으로 말미암아 분통한 여론이 분출되어 시끄럽게 들끓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깊은 구중궁궐에 계셔서 어찌 그 같은 종류의 폐단이 점점 만연하여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시겠습니까? 관왕의 혼령이 있다면 또한 마땅히 어두운 가운데에서 분노하여 실날같이 간사한 숨소리조차도 한 번도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이 일찍이 한(漢)나라 곡영(谷永)의 상소를 보았는데, ‘하늘과 땅의 성질을 밝혀 괴이한 것에 현혹되지 않고, 만물의 뜻을 알아 저들 같은 무리가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은 이 요사한 것들이 있어서 진실로 신하에게 허물이 돌려져 의로써 전하를 이끌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주례(周禮)』에 이르기를, ‘나라에는 큰 사유로 일어난 하늘의 재앙이 있어 사직단에 제사를 지낸다’라고 하였고, 『사기』에 이르기를, ‘성왕과 탕왕은 매우 심한 한재(旱災)를 당하여 상림(桑林)에서 기도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대개 큰 일로 일어난 하늘의 재앙 때문에 기도하는 것은 사직단에 일상으로 제사하는데 불과하고, 7년 동안의 가뭄 때문에 기도하는 것은 상림에서 제사하는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하물며 지금 나라에 큰 이유가 없이 하늘의 재앙이라는 변고가 없고, 또한 성왕과 탕왕 때와 같은 큰 가뭄이 없는데도 기도하여 복을 비는 일이 어찌 하여 자주 있습니까? 기도하여 복을 비는 자들은 다만 사직단에 일상으로 제사하고 그만두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밖으로는 잡신을 모시는 많은 사당과 성황당과 불교의 제단과 무당의 방울에 이르기까지 거의 빈 날이 없이 걸핏하면 수만 냥을 허비하고, 궁문 안에서 목욕재계하고 금기를 일삼아 마치 부처를 섬기는 것처럼 하니 어찌 된 일입니까? 소경, 점쟁이, 무당이 이 때문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중들의 요망스러운 교리가 이 때문에 제멋대로 퍼지며, 거짓된 종교와 비류(匪類)는 이 때문에 들끓고 있고, 하인과 광대들이 이 때문에 떠들썩하게 지껄여 대고, 창고의 재정은 이 때문에 궁색하며, 관청 준칙과 관리 추천은 이 때문에 난잡하게 되고, 대궐 안은 이 때문에 엄숙하지 못하며, 형벌과 표창은 이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고, 백성은 이 때문에 곤궁에 빠지며, 조정의 정사는 이 때문에 문란하게 되는데, 그 근원을 따지면 모두 귀신에게 기도하여 복을 비는 것을 숭상하기 때문입니다.
오호라! 전례(典禮)를 명확하게 하고 신명(神明)을 섬기는 것을 밝혀 신명의 도움을 받는 것은 요(堯)·순(舜)·우(禹)·탕왕(湯王)·문왕(文王)·무왕(武王)의( )성대한 정치입니다. 음란을 좋아하고 신명을 더럽힘으로써 복을 구하고 도리어 어그러지게 하는 것은 국가가 어지러워져 망하는 방도입니다. 앞 시대의 역사를 하나하나 살펴 거울로 삼고 아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신은 감히 오늘날의 기도와 제사가 과연 모두 전례에 합당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니면 제사를 더럽히는 것입니까? 신은 진실로 알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전하께서는 크나큰 천지와 밝은 일월과 같으심으로 요·순·우·탕왕·문왕·무왕의 자태처럼 뛰어나고, 요·순·우·탕왕·문왕·무왕의 도를 본받았는데, 좌우의 여러 신하들은 요·순·우·탕왕·문왕·무왕의 도리로 전하를 섬기지 않으니, 신은 그것이 애통합니다. 소경인 판수와 무당은 그 말의 수준이 얕아서 황망하고 거짓된 것에 가까우니, 진실로 실질의 이치가 아닙니다. 비록 여염집에 사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도 오히려 이 같은 무리에게 현혹되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전하는 진실로 총명한데도 오히려 그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아! 저 요망하고 거짓된 말은 필시 “마땅히 이와 같은 이후에야 성상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복과 좋은 일이 올 것이며, 국운이 길어질 것이고, 백성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전하의 수명을 편안히 누리게 하는 것과 우리의 나라를 도우시는 것이 어찌 우리 조종조의 영령께서 도와주시는 것과 같음이 있겠습니까? 지금 전하께서는 제사 지내는 것을 정결하게 하여 종묘사직을 받드는 정성이 극진하다면 성스러운 수명이 절로 연장될 것이고, 복과 좋은 일이 스스로 올 것이며, 국운이 스스로 길어질 것이고, 백성들이 스스로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반드시 다시 복을 비는 기도를 하겠습니까?
『예기』에 이르기를, ‘옳지 않은 도를 고집하여 정치를 혼란하게 하는 사람은 죽인다’라고 하였고, 『가어』에 이르기를, ‘필부가 제후를 현혹시키면 마땅히 주벌을 당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 요망한 무당이 ‘군(君)’을 칭하여 법도를 저버리니 어찌 옳지 않은 도를 고집하여 현혹시킬 뿐이겠습니까? 안으로는 모든 관리들이 밖으로는 군사와 백성들이 수많은 입으로 하나같이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이 같은 여자를 토막내 죽여서 요사스러운 기운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만 두려움을 마음속으로 품어 죽이라고 입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조정이 한심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신도 본성에 격동되어 한번 이 같은 여자를 보고 수판(手板)으로 그의 머리를 쳐서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밤낮으로 근심하고 분노하였고, 단지 조금이나마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정성이 간절하여 이에 감히 존엄하신 전하께 번거롭게 아뢰는 것을 무릅쓰고 지위에서 벗어나서 말해서는 안된다는 경계를 범하였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과단성 있게 결단을 내리시어 속히 이러한 여자를 거두시어 나라의 형벌을 바로잡으십시오. 여러 연줄에 의지하여 붙은 사람들은 모두 그 소굴의 근원을 조사하여 모조리 해당 형법으로 처벌하십시오. 이른바 복을 빌기 위해 기도하여 무익한 일은 모두 혁파하여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소서. 만약 신의 말이 망령된 것이라고 여기신다면, 법을 맡은 관리에게 명하여 신을 국문하십시오. 그러면 신은 마땅히 하나하나의 조문을 들어 변론하고 도끼 아래에서 죽음을 당하더라도 결단코 남은 후회가 없을 것이니, 신은 끝없이 피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간절하게 기원하옵니다.

주석
무당에게 굿 왕비 민씨는 무당을 불러 궁중에서 굿을 했고 그 무당을 진령군(眞靈君)으로 삼아 극진하게 우대했다. 진령군은 왕비의 총애를 받으면서 전국에서 벌이는 기복의식을 주도했다.
수판(手板) 관리가 항시 띠 사이에 꽂고 있다가 임금의 명령이나 또는 임금에게 아뢸 일들을 기록하는 것, 즉 홀(笏)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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