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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199. 영남 유생의 상소문[一九九 嶺南儒疏][소수(疏首) 김상호(金相鎬). 경중 누설자]

영남 소수(疏首) 김상호 등이 삼가 아룁니다. 신들이 초야(草野)의 먼 고장에서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감히 당세의 중요한 사안과 조정의 의론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만, 다행히 명교(名敎)를 숭상하는 지역에서 외람되이 유생의 반열에 낄 수가 있었습니다. 만일 도리의 사정(邪正)을 구분하는 일에 관계되고 의리의 순역(順逆)을 판가름하는 것과 관계된 일이 있다면 어찌 감히 위축되어 아무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성상께서 인재를 양성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르침을 저버리겠습니까. 아, 우리 동방은 신성하고 훌륭한 임금들이 서로 계승하여 문화가 밝게 빛나고 명현들이 배출되어 유학의 교화가 빛나게 흥기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세우고 시(詩)·서(書)·역(易)·예(禮)를 가르쳐 효제충신(孝悌忠信)이 일상의 예삿 일이 되고 읍양진퇴(揖讓進退)와 같은 생활 예절이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법도가 되어 있습니다. 어리석은 부인과 어린아이라고 할지라도 백록동(白鹿洞) 규약을 알고, 미천한 하인들이라 하더라도 여씨향약(呂氏鄕約) 정도는 외울 줄을 알고 있습니다. 사특하고 음란한 말이나 괴이한 행위가 일찍이 그 사이에서 제멋대로 행해지지 않은 지가 지금 5백여 년이 되었기에 천하 사람들이 칭찬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근래에 성인이 멀어지고 좋은 말씀이 사라집니다. 사설(邪說)이 유행하고 일종의 괴이한 무리들이 나타나서 이른바 동학(東學)이라는 것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하늘을 공경한다고 핑계를 대고 하늘을 거역할 음모를 품으며,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으로 가탁하여 몰래 환상을 도모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요사스럽고 허망한 말을 꾸며내어 우리 백성들을 유혹하였으며, 무리를 불러 모아 우리 법사(法司)를 능욕하였습니다. 심지어 대궐문 아래의 지척거리에서 떠들어대며 우두머리의 신원(伸寃)을 위해 송사하기를 드러내 우선 시험해 보는 상황을 벌이고, 겉으로는 서교(西敎, 천주교)를 배척하는 척하면서 암암리 분쟁의 단서를 열어 놓았으니, 그들이 범한 죄상을 따지면 다 죽이고 용서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께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덕으로 먼저 교화하고 나중에 형벌을 적용한다는 뜻을 우선 보여준 만큼 그들이 응당 잘못을 반성하고 고쳐서 교화에 귀의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인데, 도성과 시장에 출몰하면서 매양 글을 붙이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관료와 유생들이 분주히 상소하여 아뢰고 있으니, 어찌 도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함께 분격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존엄하신 성상께서 엄중한 명령과 법도를 속히 내리시어 그 우두머리를 주벌하고 그 무리를 치죄하여 영원히 요사한 기운으로 햇볕 아래에서 스스로 소멸하게 한다면 옛날 우(禹)임금이 홍수를 다스리고 못된 백성들을 몰아낸 공을 오늘날 다시 볼 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 혈기가 있는 자라면 누가 기쁜 마음으로 손뼉을 치지 않겠습니까?
엄격히 배척하고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야 할 즈음에 또한 우리 유학(儒學)의 끝없는 걱정거리가 있으니, 이른바 서교가 그것입니다. 저들은 외국인에 불과하여 자신들의 학문을 배우고 학설을 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금지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점차 오래되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있고 옳고 그른 것이 서로 뒤섞이니, 민간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종종 그들에게 차츰 물들어서 심지어 인륜을 더럽히고 본성을 해치는 데에 이르러도 스스로 깨닫지 못합니다. 지금이라도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찌 뒷날에 가서 동학처럼 되지 않을지 알겠습니까?
통상통화(通商通貨)가 이미 교린(交隣)의 방도이지만, 우리나라 백성들이 그들의 학문을 배우는 것은 이미 만민공법 가운데 조약이 아닙니다. 어찌 공자(孔子)의 제자로서 노자(老子)를 배척하고 불교를 배척하지 않겠으며, 맹자(孟子)의 무리가 양자(楊子)는 배척하고 묵자(墨子)는 배척하지 않겠습니까? 미나리를 바치는 정성은 어리석은 부녀자도 공통으로 지닌 마음이고, 나무꾼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잘 선택하는 것은 성인이 아름답게 여기는 것입니다. 신들이 위험을 범하는 죄를 무릅쓰고 이에 감히 쓸데없이 진달하오니, 삼가 원컨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밝혀주소서.
대체로 유학은 우주 사이에 기강을 유지하고 성상의 교화를 바로세우는 근본이니, 위아래로 천여 년간 성왕들의 다스림에 기강을 바로잡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풍습과 교화를 바로세우는 것을 말단으로 삼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이른바 근본이 서야 도(道)가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근본을 먼저 바로잡으면 말단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걱정할 것이 아닙니다.
생각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총명 예지하신 자질과 독실하고 광명한 학문으로 거의 지극히 잘 다스려진 세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하여 백성들의 근심이 눈앞에 가득차고 법령이 헤이해지고 선비의 기품이 날로 변하여 염치를 모두 상실하고 사치가 극히 성대해져 재용이 고갈되고 흉년이 연이어 계속되어 도적이 그치지 않아 바른 학문이 세력을 떨치지 못하여 사특한 학설이 제멋대로 횡행하고 있습니다. 가생(賈生)이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어찌 유독 한(漢)나라 문제(文帝) 때 뿐이겠습니까?
백성은 국가의 근본입니다. 근본이 견고하지 않고 나라가 어찌 태평스럽겠습니까? 선비는 국가의 원기입니다. 원기가 쇠하고 나라가 어찌 진작될 수 있겠습니까.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견고하게 하는 책무는 지방관을 잘 선택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지방관을 선택하는 데에 진실로 잘 살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원기를 잘 인도하는 방도는 명기(名器, 벼슬)를 사용하는 것에 근본하니, 사용하는 것에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사치가 틈을 타서 발생하는 것에 대한 근심은 우리 전하께서 아침저녁으로 근심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성상의 뜻을 만분의 일이나마 우러러 보답하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이 점이 바로 신들이 일찍이 개탄스럽게 여기는 것입니다. 사특한 학설을 억누르고 바른 도리를 부지하는 방도를 엄히 방지하지 않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방비를 급선무로 삼는다면 징계하고 토벌하는 것이 없어서는 불가할 것입니다. 지난 성조로부터 유학을 숭상하고 문화를 존중하는 다스림이 삼대(三代)보다 더 뛰어났으며 학교를 일으키고 교육을 행하는 방법이 백왕(百王) 중에 뛰어났습니다. 도학(道學)이나 훈업(勳業)이 뛰어나 사액(賜額)할 곳이 있으면 사액하고, 충량(忠良)하거나 절개와 효도가 뛰어나 사당을 세울 곳은 사당을 세워 표창하고 흥기시켜야 합니다. 전날의 제향(祭享)을 올리던 곳이 쑥과 보리가 자라는 황폐한 곳이 되어버린 지 이미 몇 해가 되었습니다. 명색이 유생인데도 제기(祭器)가 무슨 예(禮)가 되며 읍양(揖讓)이 무슨 일인 줄 모릅니다. 외로이 돌아갈 곳이 없고 아득히 숭상할 바가 없어 충후하고 독실한 기풍이 날로 멀어지고 공로와 이익을 따지는 습속이 날마다 더욱 휩쓸고 가니, 이 어찌 바른 학문이 황폐해지는 조짐이 아니며 사특한 학설이 점점 번성하는 조짐이 아니겠습니까?
비·태·박·복(否泰剝復)은 천지가 순환하는 법칙이고 변통경장(變通更張)은 나라를 다스리는 계획입니다. 지금 선왕의 법을 부지하고 성인의 도를 밝게 드러낸다면, 신들이 진달한 서원(書院)에 관한 점은 사리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주석
백록동(白鹿洞) 규약 중국 주희가 백록동서원을 열고 규약을 만들어 제자를 가르쳤다.
여씨향약(呂氏鄕約) 중국 송나라의 여대균(呂大鈞)이 만든 향촌 자치규약을 말한다.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 등 네 가지를 말한다.
비·태·박·복(否泰剝復) 모두 주역의 괘(卦)이름이다. 비색과 태평이 서로 반대되면서 세상이 순환하는 원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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