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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기미년(1919년)

12월 20일 태황제(太皇帝)께서 승하하여 조야(朝野)에서 애통하였다. 삼년복을 입고 홍릉(洪陵)에 장사를 지냈다. 흠위(廞衛, 제왕의 장례 행렬에 쓰는 도구)와 의절(儀節)은 한결같이 옛 법식을 따라 행하였다. 경향(京鄕) 각지의 선비와 남녀 백성들이 궐문 밖에서 능소(陵所)까지 4~5십리를 길게 이어져 있었고, 길가에서 엎드려 통곡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이었다. 이는 모두 망국의 한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능(陵) 위의 비문(碑文)을 ‘대한국대황제(大韓國大皇帝)’라고 써서 존숭하였는데 저들 쪽에서 금지하고 비석을 세우지 않고 능 곁에 묻어 두었다. 전(前) 참령(參領) 고영근(高永根)이 이를 분개하며 충직한 마음을 품고 홍릉참봉(洪陵參奉)이 되기를 자원하였다. 재실(齋室)에 이르는 날에 즉시 비석을 파서 세우니, 저들이 또 힐책하며 도로 묻으라고 독촉하였다. 고군(高君, 고영근)이 사리(事理)를 들어 항거하며 답하기를, “옛부터 제왕가(帝王家)는 망국의 임금이라도 그 휘호는 그대로 존속시키고 깎아내리지 않았다. 지금 귀국은 전례(前例)에 어두워 이 의미를 모르는 것인가”라고 하며 고집을 꺾지 않고 비석을 묻지 않자 저들 역시 다시는 따지지 않았다.

대개 태황제(고종)께서 양위한 이후 국권을 회복하려는 뜻으로 간혹 외국에 비밀운동을 추진하였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하였다. 도리어 역적들에게 주목을 받아 기어이 제거하려고 하였다. 이때 태황제께서는 옥체가 강건하고 전혀 병환이 없었다. 아침저녁의 수라는 평상시처럼 잘 드셨으며 밤중의 기거(起居)도 안온하였다. 내인(內人)들이 장기를 두는 것을 구경하셨고, 깊은 밤에 이르러 주방에서 내인이 식혜를 올리자 조금도 우려하지 않았다. 식혜를 몇 숟가락 드신 후에 눕자마자 입에서 토하고 복통을 일으켜 곧바로 기절하여 어느덧 정신을 잃으셨다. 새벽에 환관과 내인들이 비로소 깨닫고 즉시 완순군(完順君) 이재원(李載元), 보국(輔國) 민영휘(閔泳徽), 민영소(閔泳詔)에게 전화를 하였다. 해당 사람들이 황급히 들어가 보니 이미 운명하셨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또 당시 식혜를 올렸던 내인은 즉시 약을 마시고 자살하였다.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식혜에 독약을 넣었다고 의심하였다. 또 사주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였다.
이 때문에 고영근(高永根)이 마침내 상소하여 그 일을 조사하고 복수하기를 청하였는데 말이 매우 통절하였다. 순종과 두 분의 친왕(親王, 영친왕과 의친왕)이 구식대로 국청(鞫廳)을 전내(殿內)에 사적으로 설치하여 정만조(鄭萬朝)를 문사낭청(問事郞廳)으로 삼고 완순군(完順君, 이재원)과 민보국(閔輔國, 민영휘)을 불러 물어보니, 모두 위와 같은 말을 하고 모른다고 하였다. 또 강석호(姜錫鎬)와 나세환(羅世煥) 및 궁녀들을 불러 캐물으니 또한 모른다고 하였다. 임금의 권세가 이미 없으니, 어떻게 죄인에게 형벌을 가하여 사실을 제대로 캐낼 수 있겠는가.

사건이 드디어 중지되었다. 나라 사람들이 더욱 절실히 분통해 하였고 고군(高君, 고영근)은 분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자결하였다. 이전에 고군은 몰래 일본으로 들어가 나라의 원수에게 복수코자 하였지만, 계획을 완수하지 못하고 일본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러던 중 어버이가 병이 들어 위독하여 임종에 가까웠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유리병에 피를 담아서 본국으로 보내 마시게 하여 거의 죽을 뻔한 목숨을 구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충효를 모두 완전하게 한 사람이라고 칭송하였다.

주석
12월 20일 양력으로 1919년 1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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