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甲午]
1월[正月]
초8일
나는 이성수와 함께 원계(遠溪)로 길을 떠났다.
13일
원계에 도착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석남(石南)으로 행차하였다.
14일
맑음. 밤에 하늘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송원명이 말하기를, “인일(人日)에 땅과 하늘이 진동한 것이 여섯 차례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15일
맑음. 나와 이성수는 석남에 가서 선생님을 뵈었는데, 평소 조용히 계시는 모습이 활짝 펴지고 온화하셨다. 호서(湖西) 미친 개가 크게 발작하여 소를 물면 소가 미치고 사람을 물면 사람 역시 미친다고 한다.
16일
선생님께서 되돌아가셨다. 나와 이성수는 선생님의 가마를 모시고 교동(校東)에 이르러 입재 상공[송근수]을 알현하였다. 상공은 선생님의 숙부이시다. 멀리서 바라보거나 가까이 가서 뵈어도 온전한 화기가 넘치신 분이셨다. 잠시 동안 있다가 선생님께서 되돌아가셨는데, 나는 교동에서 유숙하였다.
17일
맑음. 입재 상공께 절을 올리고 작별하였다. 저녁때 원계에 도착하였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미 되돌아가셨다.
18일
맑음.
19일
이성수와 함께 선생님을 뵙고 떠나서 되돌아왔다.
20일
맑음.
21일
맑음.
22일
맑음. 성수와 이별하니 슬펐다. 오후 늦게 본가에 도착하였다. 중당께서 한결같이 편안하셨다. 두 젖먹이가 돌림병을 잘 치렀다.
23일
맑음.
24일
조금 비가 내렸다. 오후 늦게 후천後川 김사흥(金士興)[복경復經]이 와서 방문하였다.
25일
아침에 비가 내렸고 오후에 다시 비가 내렸다.
26일
갑자기 비가 내렸다가 맑았고 또 바람이 불었다.
27일
맑음. 바람이 차가웠다. 아우가 한양길에 올랐다.
28일
맑음. 사촌동생 사윤 역시 한양길에 올랐다.
29일
잠깐 흐렸다가 쾌청하였다. 나는 죽곡(竹谷)에 가서 신농산(申農山)을 알현하였다. 저물녁에 본가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