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二月]
초 10일
동학이 창의(倡義)를 칭하면서 은밀히 전라도 여러 고을 관아에 방문(榜文)을 붙였다. 그 내용은 왜양(倭洋)과 청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횡행하지만 전혀 제어할 수가 없어 자신들이 그들을 소멸시키려고 행동을 하니, 관에서 각기 지혜와 용기가 있는 사람을 추천하여 보내라고 하였다. 아, 이 무리들이 왜양을 배척하는 것으로 큰 소리를 치는 말은 가상하지만, 그들 스스로 난리의 화근이 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저들이 참으로 이적(夷狄)이 중화(中華)를 어지럽히는 것을 통분한다면, 이 일은 응당 위로 임금에게 아뢰어 조정의 처분을 기다린 연후에 아래로 수령에게 반포하여 처리해야 할 방도를 삼아야 한다. 이러한 일을 행하지 않고 몰래 한밤중에 여러 고을에 방문을 붙여 백성들의 소요를 선동시키니, 나는 그들의 의도가 왜양을 배척하는데 있지 않고 도리어 왜양을 도와 못된 짓을 하려고 하는 계획일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