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十一月]
초 4일
석공 2명이 와서 다시 돌을 다루었다.
15일
성상께서 단발하고 한양의 신민들도 모두 단발하였다고 한다. 이는 일본인들이 위협으로 한 소행이 아닌 것이 없었다. 5백년 예의의 나라가 하루아침에 오랑캐로 변화하였다. 통곡하고 통곡한다.
28일
단발하라는 명령을 열읍(列邑)에 전령(傳令)으로 보내어 일시에 단발하게 하였는데, 민심이 마치 솥 안에 있는 물고기처럼 숨을 몰아쉬는 듯하였다. 이 기별을 듣고 비석을 세우는 일에 있어서 시일이 급박하여 석공을 재촉하였지만, 공역을 마칠 수가 없다.
비문(碑文)은 장사미(張四未) 어른이 지었다. 비석이 좁고 글자가 많아, 석공으로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형 자성씨(子笙氏)가 솜씨 있는 장인처럼 비석을 능숙하게 새길 수가 있어서, 5∼6일 만에 비석을 새기는 일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