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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2월[二月]

초 6일

막내누이의 혼례를 좋게 치렀다. 신랑이 잘 생겨 매우 기쁜 마음이었지만, 어버이 없는 고로(孤露)의 감정이 배나 더하였다. 회시(會試) 일자는 이번달 20일에 있는데, 나는 막내누이 혼례로 바빠 10일에서야 회시를 치르려고 출발하였다.

16일

성안으로 들어가 명동(明洞) 천원일(千元一) 집에 가니 중제 자적(子笛)이 나의 도착을 몹시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형제가 상봉하게 되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17일

중제와 함께 회동(會洞)에 가서 윤승지(尹丞旨)[상연(相衍)]를 뵙고, 또 종현(鍾峴)에 가서 서참판(徐參判)[상조(相祖)]를 뵙고, 매동(梅洞)에 가서 이참판(李參判)[헌영(憲永)]을 뵈었는데, 날이 저물어 돌아왔다.

18일

홍현(紅峴)에 가서 민세마(閔洗馬)[영수(泳秀)]를 방문하고, 한동(漢洞)에 가서 심판관(沈判官)[건택(健澤)]을 뵙고, 감상현(監象峴)에 가서 도사(都事)[명하(命夏)]를 만나고 돌아왔다.

19일

반촌(泮村)에 들어가서 머물 곳을 잡았다. 이날 시망(試望)이 나왔는데, 1소(一所)의 상시관은 김학진(金鶴鎭)이고, 2소(二所)의 상시관은 이헌영(李憲永)이다. 나와 이대감은 친분이 있기 때문에 곧장 이대감 집에 가니, 수레와 말들이 대문 앞에 분주하였고 금옥(金玉)이 마당에 가득하였다. 이는 모두 과거시험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감은 성품이 공평하여 하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20일

늦은 저녁 무렵 과거시험장이 있는 동네를 들어갔다. 사립문이 열리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난입하였는데, 유건(儒巾)을 쓴 사람은 거의 없고 심지어 떡과 술을 파는 장사꾼도 들어왔다. 과거시험장의 규정의 해이함이 하나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나도 모르게 한심한 마음이 든다. 오시(午時, 오전 11∼오후1시)가 가까워지자 2소(二所)에 시제가 내걸렸다. 2소의 시제(詩題)는 ‘문왕(文王)이 인재를 양성하는 효과가 마치 봄바람의 화기(和氣)가 있는 곳마다 빛을 발한 것과 같다’이고, 부제(賦題)는 ‘기취(旣醉)의 시가 화봉(華封) 사람의 축수와 같구나’이다. 1소(一所)의 시제는 ‘봉황새가 동방 군자의 나라에 나타나면 천하가 안녕하리라’이고, 부제(賦題)는 ‘주(周)나라가 융성하니 들에서 봉황새가 우네’이다.
나는 2소에 갔다. 형은 아우의 글을 지어 처음에는 시(詩)를 써서 시권(試券)을 올리고 또 부(賦)를 써서 다시 올렸다.

22일

종장(終場)이다. 또 의(疑)를 지어 제출하였다. 회시에 거듭 시권을 제출하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 또한 과거의 규정을 멸시하는 소치이다. 갑술생(甲戌生) 과유(科儒)는 노론 소론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방(榜)의 끝에 붙이라는 분부가 있었고 춘방(春坊) 계방(桂坊)의 자식 사위 동생 조카와 시임 원임 및 대현의 사손(嗣孫, 종손)도 또한 모두 방의 끝에 붙여 백명을 더 합격시켜서 합격자가 모두 2백명이 되었다.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어야 하는 복시의 시권을 뽑아내는 것이 이와 같단 말인가. 나는 다시 과거에 떨어졌다. 과거시험의 운수가 어찌 이리도 전혀 없단 말인가. 세 차례 회시를 보았지만 한 번도 합격하지 못해 자탄만 하니 다시 누구를 탓하겠는가.

주석
반촌(泮村) 성균관이 있는 마을. 성균관을 반궁(泮宮)이라 하여 구 주변마을 반촌에는 성균관의 소고기 등을 공급하는 반인(泮人, 백정)을 살게 했다.
시망(試望) 시험관의 명단에 오른 벼슬아치. 소마다 복수로 올려 한 사람을 택한다.
갑술생(甲戌生) 세자[순종]는 갑술생[당시 21세]이었는데 갑오년 회시에는 이를 축하해 21세의 응시자들을 합격시키는 조처를 취했다. 그리하여 정수 백명이 더해졌다.
춘방(春坊) 계방(桂坊) 춘방은 세자의 교육을 담당한 세자시강원의 별칭, 계방은 세자의 호위를 맡은 세자익위사의 별칭이다. 세자의 생일 경사를 맞아 우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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