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1891)
2월 20일 밤에 홍종호(洪宗浩, 宗浩는 鍾宇의 오기)가 김옥균(金玉均)을 열하(熱河)에서 살해하였다. 홍종우는 본래 김옥균의 반당(伴儻)이었다. 갑신년 10월 김옥균이 일본으로 도망갔을 때 홍종우가 따라 간 것은 주인 김옥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흉적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다. 흉악한 역적을 미워해 늘 속히 죽이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행동이 만약 우물쭈물하면 도리어 해를 당할까 두려워 기회를 엿보고 결행하지 못한 지가 6~7년이 되었다. 마침 이 날 저녁에 칼로 김옥균의 복부를 찔러 죽이고 담(膽)을 꺼내 귀국하여 조정에 이 사실을 고하였다. 조정에서는 사실여부를 판별하려고 그 시신을 운송해 가지고 오게 하니, 과연 김옥균이었다. 드디어 나라 안에 김옥균의 시신을 두루 돌리고 홍종우에게 관직을 하사하였다. 오호라, 김옥균은 대대로 명문가였지만 이러한 흉악한 역모를 저질렀고 홍종우는 한미한 출신이지만 이러한 의기(義氣)를 행했으니, 사람의 선악(善惡)은 귀천을 가지고 논할 수가 없다. 홍종우와 같은 이는 참으로 충렬(忠烈)스러운 대장부로다. -어떤 이는 이 거사가 신묘년이 아니라 바로 계사년(1893년) 2월 모일이라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