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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전 교리 이승구의 상소 [前校理 李承九 疏]

삼가 아뢰옵니다. 신이 듣건대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작은 악이 아직 경미할 때 방지하여 점점 커지는 것을 막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하물며 지금 경미하던 것이 다시 드러나고, 점차로 늘어나던 것이 더욱 왕성하게 자라나서 막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장차 큰 세력으로 활활 타오르고 계속 늘어나서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야 그칠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호라! 작년 8월 20일의 일을 차마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는 진실로 천지를 다하고 만고에 뻗쳐도 알지 못한 변란이거늘 이들을 징계하고 토벌하는데 아직까지 관군의 토벌을 거행하지 않고 있으니, 신은 청하건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그 흐름을 궁리하여 하나하나 낱낱이 말씀드릴 것이니, 폐하께서는 맑게 살펴 주십시오.

아! 임오년(壬午, 1882년) 이후부터 나라의 운명이 침체되고 변란이 거듭하여 일어났는데, 항상 미봉책과 잠시의 편안한 것으로 계책을 썼기 때문에, 작년 8월과 같은 변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신이 듣기로는 풀을 뽑는 사람은 반드시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물길을 막는 사람은 반드시 물의 근원까지 막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을 방도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금 박영효(朴泳孝)는 미국에서 일본 땅으로 돌아와서 유길준·조희연의 무리와 함께 빈틈없이 서로 모의하여 난을 일으킬 틈을 타고자 기약하였고, 지방에서 민요(民擾)가 곳곳에서 벌떼처럼 일어나는데 편안하고 맑게 할 기약이 없으니 이는 진실로 황급하고 황급한 때입니다.

박영효가 갑신년의 변란에 기회를 보고 흉계를 쓴 실상은 성상께서 남김없이 환하게 아시는 바이니 다시 군더더기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만 작년의 일로 말씀드리자면 흉악한 모의가 또 발각되자 마침내 몸을 빼어 멀리 도주하였는데, 그를 위해 말해주는 사람은 “이것은 애매하니 죄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니,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그때 조희연은 위해(威海)에서 전투를 살펴보기로 하였는데, 출발하던 날 밤에 박영효가 여러 재상과 장관을 자기 집에 모아 놓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함께 맹서하고 죽고 살기를 약속했다는 말이 낭자할 뿐만 아니라, 군부는 그에게 속한 관할이 아닌데도 이유 없이 밤에 모여 죽고 사는 것을 약속한 것은 그 흉악한 계책과 반역의 마음이 환하게 드러나서 가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8월의 변란이 일어난 때에 갑자기 대궐 안을 침입하여 멋대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바로 박영효의 혈당(血黨)인 이주회(李周會)·유혁로(柳赫魯)·정란교(鄭蘭敎)입니다. 그 음침하고 흉악하며 죄를 꾸미는 속셈이 마침내 드러나게 되었으니, 저들이 5월에 행하고자 했던 것을 8월로 미루어 행했다는 것은 확실히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이 있습니다.

김홍집·조희연·유길준의 무리로 말하자면 박영효와 당파가 비록 다르지만 흉악한 마음은 박영효와 서로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영효가 달아날 때에 그 당여(黨與)는 한 사람도 죄를 묻지 않고 도리어 더욱 높이 등용까지 하였으니, 마음을 써주고 배려해 준 것이 이미 오래된 것입니다. 얼굴을 바꾸고 번갈아 벼슬길에 나오는 행위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은 역적을 다스리는 법이 엄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무리가 먼저 역적을 다스리는 법률을 고쳐 말하기를 “국사범(國事犯)은 죽이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주범 이외에는 연좌시키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그 마음먹은 것을 미루어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조정안에는 틈을 보고 살필 만한 세력이 없어 저 무리가 노릴 만한 기회가 없을 것이니, 먼저 기강을 바로 잡으면 백성들의 소요는 저절로 편안해질 것입니다. 국가가 편안해지고 위태로워지는 기틀은 오직 징계와 토벌을 엄하게 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을 뿐이니, 다음과 같이 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나, 작년 8월 22일 서명한 대신들은 죽이지 않을 수가 없고, 저 무리에 의해 서명한 것으로 위조된 사람은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 그때 역적의 괴수 김홍집의 풍취와 뜻을 이어받아 종묘에 고하는 글을 지어 올림으로써 조종을 속인 문임(文任)과 허겁지겁 어찌할 바를 모르던 때에 왕비의 간택령을 빨리 내리도록 청한 예관은 처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 내각과 각 부서에 역적 괴수의 심복이며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은 징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나, 그때 군대를 거느리고 대궐을 침입한 장관(將官)은 죽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네 가지 조목을 거행하지 않으면 나라에 법이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나라가 법이 없으면서 변란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것은 문득 뒷걸음질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 오늘을 논하는 사람은 모두 말하기를 “작년 8월 이후 역적 괴수의 추천으로 등용된 사람은 모두 처벌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어리석은 신의 생각으로는 저들은 특별히 염치없는 비루한 사내일 뿐이니, 어찌 하나하나 죄를 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 혈당(血黨)만은 제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비록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을 미루어서 너그럽고 인자한 정치를 베푸시더라도, 저 무리의 흉악하고 반역을 꾀하는 마음은 이미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더욱 방자하고 흉악하여 “나 말고 누가 있느냐?”라고 하면서 안으로는 조정을 비방하고, 밖으로는 잘못된 말을 퍼뜨리도록 선동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민요(民擾)가 안정되지 않은 것 또한 저 무리들의 현혹 때문이 아니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아! 내각 참서관(參書官) 박이양(朴彛陽)과 송영대(宋榮大)는 모두 역적의 괴수 김홍집과 대대로 친하게 사귀어 오던 집안의 아들이고, 그에게 소속된 관리가 되어 그의 입만 바라보고 그 풍취와 뜻만을 따랐습니다. 박이양은 매번 특별한 임금의 뜻이 내려질 때마다 성내는 기색을 겉으로 드러냈고,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기를 “내전(內殿, 왕비)에 의탁하여 정치를 행하는 것은 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송영대는 작년 8월 이후 분주하게 동정을 살펴 만일 나라를 염려하여 충성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역적 괴수에게 보고하고, 법으로 얽어매어 옥사를 만든 다음 반드시 죽게 하였습니다. 위로는 임금의 힘을 고립시키고, 아래로는 당여(黨與)를 모으려고 한 실상은 여러 사람이 본 것이므로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전 경무사(前 警務使) 허진(許璡)은 유길준·조중응(趙重應)과 함께 은밀한 음모를 빈틈없이 짜내어, 한 명의 무지한 박선(朴銑)을 꾸며 낸 다음 터무니없는 일에 얽어 옥사를 만들어 크고 큰 징계와 토벌의 일을 대충 마무리함으로써 저 무리배의 죄악을 덮고 몸을 빼려고 하였습니다. 그 부도덕하고 임금을 무시한 실상은 많은 사람이 지목한 바입니다.

전 내무협판 유세남(劉世南)과 전 위생국장 김인식(金仁植)은 김홍집에게는 사냥에 쓰이는 매와 개 같은 앞잡이이고, 유길준의 부하로서 멋대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 국정을 어지럽혔습니다. 또한 은밀한 꾀와 비밀스런 계책은 그와 함께 상의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간악한 속임수와 함부로 하는 행동은 길가는 사람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머지 역적의 괴수가 추천하고 등용한 사람은 오히려 죄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편안히 벼슬에 있으니, 그렇다면 이렇게 하고서 어떻게 흉악하고 반역을 꾀하려는 마음이 싹트는 것을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조정의 대신도 반드시 생각이 이에 미쳤을 것인데, 몇 달 동안 들어보았으나 침묵하기만 할 뿐 성토하는 일이 없다고 하니, 이는 진실로 아직까지 환어하지 않으시고 국장을 치를 경황이 없어, 지금까지 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나 징계하고 토벌하는 일을 먼저 시행한 후에야 모든 일의 실마리가 제대로 풀릴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내 일이 제대로 풀릴 날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급선무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신 한 사람의 말이 아니오라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이 똑같이 분노하고 똑같이 부끄러워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감히 책임 있는 벼슬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본분을 벗어나 망령된 말씀을 드리오니 황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신은 갑오년 가을에 역적의 무리가 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상소하여 죄를 논하였으나 비답을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신의 말이 불행하게도 적중하였습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밝으신 성상께서는 시원스럽게 결단을 내리시어 빨리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고 명분을 바르게 잡으신다면 국가에 천만다행이겠습니다.

임금의 비답에 “소장을 살펴보고 잘 알았다. 공적인 분노가 격해졌으니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하였다.

주석
[前校理 李承九 疏] 원문에는 머리글이 빠져 있다. 원래 없는 것인지 누락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 『주역』 곤괘(坤卦) 초육(初六)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로 서리를 밟으면 점점 굳어져 얼음이 되듯이 조그마한 악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곤괘 문언(文言)에서 해석하기를 “신하가 임금을 죽이며 아들이 아비를 죽이는 것은 하루아침 하루저녁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래가 점차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위해(威海) 중국 산둥반도에 있는 항구로, 청일전쟁 시기 일본군이 요동반도를 넘어 위해 앞바다에 있는 유공도에서 마지막 전투를 벌여 승리하였다.
국사범(國事犯) 을미개혁 시기, 종전의 역적에 적용하는 율을 고쳐 사형을 면하게 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고 연좌율을 폐지하였다. 또 주요 범죄에 복심제(覆審制)를 두었다. 전봉준을 국사범이라 하여 사형을 면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문임(文任) 홍문관(弘文館)・예문관(藝文館)의 제학(提學)으로 임금의 교문이나 대외적인 문서를 맡아보던 벼슬이다.
내전(內殿, 왕비) 내전은 명성황후를 말하는 것으로, 곧 왕비가 정치에 관여하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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