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언 안효제의 상소 [前正言 安孝濟 上疏]
신은 삼가 생각하건대 시골의 미천한 출신으로 분에 넘치게 과거에 급제하고 대각(臺閣)에 출입하였고, 여러 차례 임금의 특별한 은혜를 입어 가슴이 벅차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니 슬픈 감정이 간절하게 몰려옵니다. 진실로 임금의 총명을 더욱 열어 다스리고 교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비록 죽음을 당해 간과 뇌가 땅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신은 목독의 벌을 피하지 않고 감히 미쳐서 도리를 모르는 언설을 올리오니, 삼가 바라건대 자세하게 살펴주십시오.
신이 삼가 듣기로는 옛날 선조조(宣祖朝)의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 장수가 관왕(關王)의 현명한 영령이 조선을 도와주라고 한 일이 있다고 말하여, 비로소 서울의 남쪽과 동쪽에 두개의 사당을 건립하였다고 합니다. 대개 관왕의 곧은 충성과 큰 절개는 해와 별과 같이 빛나고 가을 서리와 같이 늠름하며, 뜻이 커서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으면서도 하늘과 땅을 활짝 트고 운한(雲漢, 은하)을 엷게 하여 끝없는 세월에 걸치고 백세 동안 떨쳐 바꾸지 않는다고 하니, 오직 사람마다 그를 존숭하여 받들고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열성조께서는 봄과 가을에 삼가 향을 피워 축문을 올리고 해마다 제사[中祀]를 드렸으니, 실로 그를 숭상하고 표창하는 아름다운 의리이며, 오로지 제사를 지내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베푸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전하께서 북묘(北廟)를 증설하신 것 또한 모두 열성조의 성대한 뜻을 본받은 것입니다. 어찌하여 최근에는 풍속이 거짓되고 경박한 것을 숭상하고, 무당에게 굿을 하는 것이 풍속을 이루어 집집마다 당당히 제향을 드리는 곳에 각종 사당과 성황당을 지어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기도하는 지경이 되었습니까? 선비집 여자들도 앞을 다투어 달려가고, 이를 따르는 습속에 익숙해졌으며, 김이 오르고 기름을 부은 것과 같은 기운이 한 나라에 퍼졌고, 요망하고 재앙을 가져오는 물건이 만 가지 터무니없는 말로 사람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전에 무슨 한 종류의 이상한 귀신이 몰래 여우와 벌레 같은 것들을 끼고 거짓으로 성제(聖帝)의 여인이라고 칭하면서 스스로 북묘(北廟)의 주인이 되어, 요망하고 거짓되며 황망하고 거짓된 불경스러운 말로써 서울과 지방 사람들을 속이고 혹하게 하였고, 스스로 신왕(神王)의 빙의(憑依)로 영령이 강림하였다고 하였으며, 멋대로 군(君)의 호칭을 칭하고 함부로 임금의 은총을 빙자하여 농간하고 사악함은 거리낌이 없이 멋대로 부립니다.
또한 사대부로서 염치가 없고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널리 끌어들여 아우나 자식이라 하면서 부채질하며, 서로 숨을 후하고 내쉬고 눈을 부릅뜨고 보면서, 현란하여 위엄과 복을 만들고 권세를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간혹 수령과 방백들 또한 그 손에서 많이 나왔고, 심지어 노예와 천인과 귀신같은 무뢰배 또한 줄을 따라 규합하고 결속하여 존엄한 곳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 더럽고 더러운 신령들이 종묘와 사우(祠宇)를 썩은 냄새가 나도록 더럽히니, 어느 것이 이보다 심하다고 하겠습니까? 이것으로 말미암아 여론이 분출하여 시끄럽게 들끓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깊은 구중궁궐에 계셔서 어찌 그 같은 종류의 폐단이 점점 만연하여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시겠습니까?
관왕의 유령이 있다면 또한 마땅히 어두운 가운데에서 분노하여 그 간사한 실과 요사한 숨소리가 한 번도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이 일찍이 한곡영(漢谷永)의 상소를 보았는데, “하늘과 땅의 성질을 밝혀 괴이한 것에 현혹되지 않고, 만물의 뜻을 알아 저들 같은 무리가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은 이 요사한 것들이 있어서 진실로 신하에게 허물이 돌려져 의로써 전하를 이끌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주례(周禮)』에 이르기를 “나라에는 큰 사유로 일어난 하늘의 재앙이 있어 사직단에 제사를 지낸다”라고 하였고,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성왕(成王)과 탕왕(湯王)은 매우 심한 한재(旱災)를 당하여 뽕나무 숲에 기도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큰 사유로 일어난 하늘의 재앙 때문에 기도하는 것은 사직단에 일상으로 제사하고 그치는데 지나지 않고, 7년 동안의 가뭄 때문에 기도하는 것은 뽕나무 숲에 제사하고 그만두는 것에 불과한데, 하물며 지금 나라에 큰 이유가 없이 하늘의 재앙이라는 변고가 없고, 또한 성왕과 탕왕 때와 같은 큰 가뭄이 없는데도 기도하는 일이 어찌하여 자주 있습니까?
그 기도하는 사람들은 다만 사직단에 일상으로 제사하고 그만두는 것 뿐 만이 아니라 밖으로는 많은 사당과 성황당과 불교의 제단과 무당의 방울에 이르기까지 거의 빈 날 없이 걸핏하면 수만 냥을 허비하고, 궁문 안에서 목욕재개하고 금기를 일삼아, 마치 불사를 짓는 것처럼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소경인 판수와 무당은 이 때문에 횡행하고, 승니(僧尼)의 요상한 도는 이 때문에 멋대로 방자하였으며, 거짓된 도와 비류(非類)는 이 때문에 들끓고 있고, 사당패와 광대는 이 때문에 시끄러우며, 창고의 재물은 이 때문에 궁핍하게 되었고, 관청의 인사는 이 때문에 어지럽게 되었으며, 궁궐은 이 때문에 정숙하지 못하게 되었고, 형벌과 포상은 이 때문에 명확하지 않게 되었으며, 조정의 정치는 이 때문에 쓰러지고 무너졌으며, 백성은 이 때문에 곤궁하여 고달프게 되었으니, 그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 기도하고 제사를 지낸 것 때문입니다.
오호라! 전례(典禮)를 명확하게 하고 신명(神明)을 섬기는 것을 밝혀 실제로 도움이 되게 한 것은 요왕(堯王)·순왕(舜王)·우왕(禹王)·탕왕(湯王)·문왕(文王)·무왕(武王)의 성스러운 정치입니다. 더러운 신을 좋아하고 숭상함으로써 복을 구하고 도리어 어그러지게 하는 것은 난신의 도입니다. 앞의 역사를 하나하나 살펴 거울로 삼고 아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신은 감히 지금의 기도와 제사가 과연 모두 전례에 합당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은 진실로 알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과 땅의 큼과 해와 달의 밝음으로 요왕·순왕·우왕·탕왕·문왕·무왕의 자태처럼 뛰어나고, 요왕·순왕·우왕·탕왕·문왕·무왕의 도를 본받았는데, 좌우의 여러 신하들은 요왕·순왕·우왕·탕왕·문왕·무왕의 도를 섬기지 않고 전하를 섬기니, 신은 그것이 애통합니다. 소경인 판수와 무당은 그 말이 얕아서 황망하고 거짓된 것에 가까우니, 진실로 영험한 실제 이치가 아닙니다.
비록 여염의 사이에 조금 사리를 이해하는 사람도 오히려 이 같은 무리에게 현혹되지 않는데, 하물며 전하는 진실로 총명한데도 오히려 그것을 깨닫지 못하십니까? 아! 저 요망하고 거짓된 말은 반드시 “마땅히 이와 같은 이후에야 성스러운 전하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복과 좋은 일이 올 것이며, 나라의 경사가 길어질 것이고, 백성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신은 결코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무릇 편안하게 수명을 누리시는 우리 전하께서 우리의 나라와 집안을 도우시는 것이 어찌 우리의 조종이 하늘에 올라가고 인간에게 내려오는 영혼과 같음이 있겠습니까?
지금 전하께서는 제사 지내는 것을 넉넉하고 정결하게 하여 종묘사직을 받드는 정성이 극진하다면 성스러운 수명은 스스로 연장될 것이고, 복과 좋은 일이 스스로 올 것이며, 나라의 경사가 스스로 길어질 것이고, 백성들이 스스로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반드시 다시 기도하고 빌겠습니까?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옳지 않은 도를 고집하여 정치를 혼란하게 하는 사람은 죽인다”라고 하였고, 『가어(家語)』에 이르기를 “필부가 제후(諸侯)를 현혹시키면 마땅히 죽인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 요망한 무당이 군(君)을 칭하여 법을 썩게 하니 어찌 옳지 않은 도를 고집하여 현혹시킬 뿐이겠습니까? 안으로는 모든 관리들이, 밖으로는 군대와 백성이 수많은 입으로 하나같이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이 같은 여자를 수레로 끌어 찢고, 크게 요사스러운 기운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으리오마는 마음으로 무서움을 품어 죽이라고 입을 열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조정이 한심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신은 또한 떳떳한 성품에 격동되어 한번 이 같은 여자를 보고 손으로 그의 머리를 쳐서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밤낮으로 근심하고 분노하였고, 단지 작게나마 나라에 보답하는 정성이 간절하여, 이에 감히 존엄을 업신여기는 것을 무릅쓰고 지위에서 벗어난 경계를 범하여[出位之戒] 삼가 전하께 다음과 같이 비옵니다.
과단성 있는 정치를 바로 행하여 빨리 이러한 여자를 거두시어 나라의 형벌을 바로잡으십시오. 여러 연줄에 의지하여 붙은 사람들은 모두 그 소굴의 근원을 조사하여 모조리 마땅한 법으로 처벌하십시오. 기도하여 이익이 없는 일은 모두 혁파하여 조정의 기강을 엄숙하게 하고, 임금의 법을 떨치게 하며, 여론을 시원하게 하소서. 모두 큰 성인이 하신 것이 편상의 만만부당(萬萬不當)에서 나온 것임을 안다면 진실로 종묘사직의 큰 다행이고 전하의 성대한 덕이십니다. 만약 소신의 말을 미치고 망령된 것이라고 생각하여 소신을 법을 맡은 관리에게 명하여 국문하신다면, 신은 마땅히 하나하나의 조문을 들어 변석하여 대답할 것입니다. 비록 엎드려 도끼를 지고 죽더라도 남은 후회가 없을 것이니, 신은 끝없이 피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간절하게 기원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