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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보고문의 초고 문건 [文狀草件]

동학인의 글 [東學人文]

황공하오니 보아주십시오. 삼가 생각하건대 저희들은 선대 왕조부터 교화되고 길러진 백성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허물없는 창생이 도를 닦아 삼강오륜을 분명하게 알았고, 마음속에는 중화와 오랑캐를 분별하였기에 왜와 서양이 짐승과 같다는 것은 비록 작은 어린아이라도 더불어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역사책에 이르기를 “오랑캐가 오랑캐를 공격하게 함은 중국의 장기(長技)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조선 사람이 조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왜와 서양의 장기이니, 통곡하고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합하의 명석한 판단으로 어찌 이것을 알지 못하십니까?

그러한 즉, 창의를 주창하여 왜와 서양을 배척하는 것이 무슨 큰 죄가 되기에 한편으로는 잡아 가두고 한편으로는 제거하려고 하십니까? 천지와 귀신이라도 거울로 삼지 않을 수 없고, 길거리의 아이와 달리는 병졸이라도 또한 옳고 그름을 알 것입니다. 순상은 미워하심이 너무 심하여 죄 없는 백성을 모두 도탄 속에 빠뜨리려고 하시니, 한 곳에서 함께 태어나 어찌 이와 같이 잔인합니까? 또한 왜와 서양이 우리 임금을 협박함이 끝이 없는데도 조정에서는 한 사람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니, 임금이 모욕을 당하면 신하가 목숨을 바쳐야 하는 의리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어사이신 합하께서는 태산북두와 같은 명망으로 성스러운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각 도의 선비들을 깨우쳐 설득하시니, 수만 명의 선비들이 모두 목을 길게 빼고 바라는 것이 마치 큰 가뭄에 먹구름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의 일은 끝이 없고 의리를 보기는 어려운데, 단지 강하고 약한 형세로는 공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천하의 오랜 세월에 누가 생명을 버리고 의리의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저희들은 비록 시골의 미천한 자들이지만, 어찌 왜와 서양이 강한 도적이라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여러 왕조에서 유학을 숭상하는 교화를 입었으므로 모두 말하기를 “왜와 서양을 공격하다가 죽는다면 죽는 것이 오히려 사는 것보다 현명하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국가가 축하해야 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합하께서는 명석한 판단으로 이끌어 어리석고 충성스러운 무리들이 의리를 구분하도록 깨우칠 수 있음을 임금께 아뢰어, 우리 임금님이 밤늦도록 정사를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임금께서 답하신 것을 널리 알려 저희들이 의리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열어주신다면, 어찌 감히 각각 돌아가서 편안하게 생업에 힘쓰지 않겠습니까? 함께 소리 내어 합하께 하소연 하니 굽어 살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창의유생 허연(許延)·이중창(李重昌)·서병학(徐丙學)·이희인(李熙人)·송병조(宋秉凞)·조재하(趙在夏)·이근풍(李根豊).

제(題): 너희 무리가 모인 뜻이 오랑캐를 물리치는데 있다고 하였는데, 온 나라가 함께 할 의리이건만 어찌 스스로 하나의 깃발을 따로 세우는가? 그러나 소장(訴狀) 중에서 위협한다고 운운한 것은 유언비어를 전해들은 것이니, 이미 깨우쳐주고 설득한 적이 있다. 마땅히 이런 사연을 말한 연유를 갖추어 임금께 아뢰어 달라고 하면 위로 전달할 방도가 있을 것이니, 너희들은 또한 물러가서 편안하게 생업에 힘쓰겠다고 알리도록 하라. 이와 같이 한다면 서로 편안하여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1893년(癸巳) 3월 26일 장내리에서

주석
제(題) 제사(題辭)의 준말로 관청에서 공문서나 백성의 소장(訴狀) 청원서 등에 답변할 때 끝 부분에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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