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인이 쓴 방문상 [東學人榜]
무릇 왜와 서양이 짐승같이 천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삼천리에서는 비록 작은 어린아이라도 그것을 모르지 않아 경계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어찌하여 순상(巡相, 감사)과 같이 나이가 많고 성숙하며 명석하게 살피는 분이 도리어 왜(倭)와 서양을 배척하는 우리들을 사악한 무리라고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들이 짐승같이 천한 자들에게 굴복하는 것이 바른 무리이겠는가? 왜와 서양을 공격하는 선비들을 잡아 가두어 처벌한다면 화의를 주장하고[主和] 나라를 팔아먹는 자들은 높이 상을 주어야 하는가?
오호라. 애통하도다! 운명인가? 천명인가? 어찌 우리 순상과 같은 명석함으로도 이같이 명확하게 구별하지 못함이 심한가? 이 통문을 거리에 게시하는 것은 혹시 미혹된 자들이 왜와 서양에 신하노릇 하면서 관(官)의 명령에 순종할까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