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탐지하여 16일 보고함 [十五日探知 十六日發報]
여러 날 계속 머물면서 끝내 그만두고 돌아가지 않으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공형(公兄) 등을 보내어 묻게 하였습니다. 공형이 묻기를 “지금 이렇게 모인 일은 모두 괘서(掛書)에 쓰인 글로서 알겠는데, 어찌하여 이같이 작은 읍의 쇠잔한 마을에 모이게 되었는가?”하니, 대답하기를 “이 마을에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이 있어 각 지역의 동학의 무리들이 모이기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어찌하여 이토록 여러 날을 머무는가? 산골의 어리석은 백성들이 소문을 듣고 서로 이동하니 농사일이 시작되는 계절이어서 참으로 걱정스럽고, 흉년으로 봄의 기근이 심해 곡식의 가격이 매우 비싸게 오르게 되어, 지난 달 25일 장날 이후 시장의 곡식이 귀하여 돈이 있어도 구입할 수가 없어 백성들이 황급해하고, 수령[官司主]이 밤낮으로 걱정하여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불안한 때에 이 같은 집회 때문에 약간의 곡식마저 모두 이곳에 수송되어 처음부터 시장에는 나오지 않게 하였으니, 백성들의 마음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마을로 말한다면 저들이 폐를 끼쳐 심하게 논밭을 짓밟은 지경에 이르렀고, 본 읍이 그 피해를 매우 많이 입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어느 날에 이들이 흩어지고 돌아가 백성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대답하기를 “각 도의 유생들이 일제히 모이지 못하고 계속 끊임없이 오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각자 흩어져 돌아갈 날짜를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모두 모이는 것을 기다렸다가 돌려보내야 할 것인데, 먼저 본 읍에 알려 이렇게 자세히 보고합니다. 백성들의 사정은 도회소(都會所)로부터 경내 각 마을에 통문으로 타일러 그들이 편안하게 살면서 농사를 짓도록 하겠고, 곡식 또한 시장에 내다 팔게 할 것입니다. 다시는 염려하지 마시고, 다만 다음 장날에 살펴보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