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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 기사명
    보은 관아에 통고 1893년(癸巳) 3월 11일 동학인이 삼문 밖에 방문을 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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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음력 1893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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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관아에 통고 [報恩官衙 通告]

1893년(癸巳) 3월 11일 동학인이 삼문 밖에 방문을 세움

대개 사람의 일에는 3가지 어려운 것이 있는데, 절개를 세워 충성을 다하여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은 신하로서 어려운 일이고, 힘을 다해 정성으로 효도하여 어버이를 섬기다가 죽는 것은 자식으로서 어려운 일이며, 정절을 지켜 아름다움을 사모하여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은 아내로서 어려운 일입니다.

태어나고 죽음이 있는 것은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고, 일이 있고 없는 것은 때[時]가 정하는 것입니다. 아무런 일이 없이 편안한 때에 살면서 충성과 효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일이 생겨 재앙과 어지러운 때에 살면서 충성과 효도를 다하다가 죽는 것은 바로 신하와 자식으로서 어려우면서도 쉬우며 쉽고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삶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임금과 부모의 어려운 일로 죽으려 하지 않고, 죽을 마음이 있는 사람은 임금과 부모의 어려운 일에 죽기를 즐거워할 것이니, 죽음을 주저하는 사람은 신하와 자식의 의리를 이룰 수 없고, 죽기를 즐겁게 여기는 사람은 충성과 효도의 절개를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 왜(倭)와 서양이라는 적이 마음속에 들어와 큰 혼란이 극에 달하였습니다. 진실로 오늘날 나라의 도읍지를 살펴보면 마침내 오랑캐들의 소굴이 되어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임진왜란의 원수와 병인양요의 수치를 어찌 차마 말할 수가 있으며, 어찌 차마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 동방 삼천리강토는 모두 짐승의 자취로 가득하고, 5백년 종묘사직은 장차 기장밭서직(黍稷) 또는 서리지탄(黍離之歎)이 될 것이니, 인(仁)·의(義)·예(禮)·지(智)와 효(孝)·제(悌)·충(忠)·신(信)은 지금 어디에 남아 있습니까? 하물며 왜적은 도리어 원한의 마음을 품고 재앙이 될 빌미를 숨겼다가 그 독기를 뿜어내고 있어, 위급함이 아침저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태연하게 생각하여 편안하다고 말하니, 지금의 형세는 어찌 불이 붙은 장작더미 위에 앉아 있는 것과 다르다고 하겠습니까?

저희들은 비록 초야에 있는 어리석은 백성이지만, 그래도 선왕의 법을 따르면서 임금의 땅을 경작하고 부모를 봉양하며 살고 있으니, 신하와 백성을 구분하여 귀하고 천한 것에는 비록 차이가 있더라도 어찌 충성하고 효도하는 것에 다름이 있겠습니까? 원컨대 미약한 충성이나마 나라에 바치고자 하나 위에 알릴 길이 없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임금께서는 세력이 있는 집안의 훌륭한 인재로서 길이 국록(國祿)을 보전하여 나아가거나 물러가거나 근심이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정성에 있다는 것은 저희들과 비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큰 집이 장차 기울어지면 하나의 기둥으로는 지탱할 수 없고, 큰 풍랑이 장차 일어나면 하나의 조각배로 맞서기 어렵다”라고 하였으니, 저희들 수만 명은 함께 죽기를 맹세하여 왜와 서양을 제거하고 격파하여 큰 은혜에 보답하는 의리를 다하고자 합니다. 삼가 원하건대 각하께서는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충의정신이 있는 선비와 관리를 모집하여 함께 국가의 소원을 돕도록 하십시오. 천번 만번 기원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1893년 2월 초 10일 묘시(卯時, 오전 5∼7시)에 동학창의유생(東學倡義儒生) 등이 여러 번 절하고 글을 올립니다.

주석
서직(黍稷) 또는 서리지탄(黍離之歎) 나라가 망하고 종묘와 궁전이 없어져 그 터가 모두 기장밭이 된다는 탄식으로 곧 세상의 영고성쇠가 무상하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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